못 생긴 소나무

10월을 지나면서 올해는 누가 승진 한다더라, 누가 진급 할 것 같다는 얘기가 여기 저기서 바람처럼 떠돈다.

어떤 조직에서든 진급, 승진에서 떨어지면 속 많이 상한다.

회사 진급자 발표 날은 진급한 사람보다는 그 명단에 있어야 하는데 이름이 없는 후배들이 더 생각 난다. 낙심해 있을 그 친구가 애처롭다.

진급에서 누락하면 경쟁에서 떨어졌다는 패배감, 동기들은 앞서가는데 자신만 뒤쳐진 것에 대한 실망감, 앞으로 벌어질 상대적 연봉 차이, 혹은 후배를 상급자로 둬야 하는 굴욕적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한때는 일 가르치고 술 사주고 밥 사줬던 후배가 내 상사가 된다니,이불킥을 해도 소주 마셔도 털고 일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어쩌랴. 인간이 만든 조직 생리상 위로 가는 계단에는 점점 좁은 관문 있기에, 내가 아니길 바라지만, 누군가는 떨어지고 못 들어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제는 벌초나 명절 때만 찾는 우리 시골 선산에는 소나무가 많다. 산속으로 깊게 들어가면 어쩌다 제법 굵고 하늘로 곱게 솟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 얇거나 휘어져 있거나, 잘려나간 옹이에 송진이 흘러 나온 것들이 더 많다. 그런 소나무 숲 밑에 조상님의 산소가 있다. 못 생긴 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떡 잎부터 달랐으며 쭉쭉 곧게 하늘로 뻗었던 나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벌목 꾼들에게 순식간에 베어져 그 푸르렀던 아름다움을 뒤로 하고 그루터기만 남는다.

회사도 같다. 지금은 나보다, 다른 동기들보다 진급이나 승진 빨리 하지만 오래 가면 결국 베어질 뿐이다. 남보다 빨리 승진해서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가 예전에는 몰랐던 무능함이 드러나 갑자기 아웃 되거나 혹은 사내 파벌 싸움에 휘말려 좌천될 수도 있다. 그때는 한 계단 밑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1층 혹은 지하로 내려 간다. 한 번 동전 앞면이 나왔다고 계속 동전의 앞면만 나오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이번 승진에, 진급에 누락되어 마음은 쓰리지만 길게 보며 오히려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시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철저히 되돌아 보는 것이 좋다. 특정 직무 역량이면 그 부분을 키워라. 외국어가 원인이었다면 학원 수강하고 인터넷 강의 듣고, 가방 끈이 문제였다면 대학원, 박사 과정이라도 들어라.

승진 누락에 의외로 직무 역량 외 적인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상사나 동료,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들 수 있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자기가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도저히 원인을 모르겠다 싶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터 놓고 얘기할 수 있는 동료, 선배, 형, 언니를 찾아가 그 이유를 물어봐라. 그리고 이 부분을 보완해서 더 단단하고 역량 있는 사람이 되자.

“못 생긴 나무가 선산 지킨다.”

학교 후배에게 밀려 승진에서 누락하고 몇 년을 그 후배에게 업무 보고 했던 전 삼성 전자 권 오현 회장의 조언을 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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