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헤어질까요?

인사 고과의 시즌이다. 우리 헤어질까요? 회사에다 말하고 싶은 때이기도 하다.

여기저기서 고과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들린다. S를 기대했는데 A를, 최소한 A를 기대했는데 B를, 그래도 B정도는 기대했는데 C를 맞은 사람은 그 상실감과 충격이 무척 크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사고과에 따라 차년도 연봉과 향후 진급이 결정되니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예를 들어 전년도 연봉이 7,000만원에 S의 연봉인상율이 10%, A는 7%, B는 4%, C는 동결일 경우, 당장 수백만원의 연봉차가 생길뿐더러 그 차년도(Y+2)는 전년도 연봉을 베이스로 계산되기에, 평소 내가 술사주고 밥 사준, 고과 잘 받은 후배에게 연봉이 역전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인사고과를 베이스로 성과금을 계산하는 회사도 있다.) 

필자의 경험에서 보건대 인재가 퇴사하는 경우는 성과보상에 대한 상호 인식차이가 크다. 성과 보상은 크게 심리적 보상과 금전적 보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리적 보상은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과의 끈끈한 정, 동료애 , 상사나 회사로부터 칭찬, 승진 등을 의미하고 금전적 보상은 말 그대로 돈으로 성과에 대해 인정해 주는 것이다. 

문제는 나는 이정도 성과를 냈다고 생각하지만, 회사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P는 불모지였던 유럽에 신설 법인을 Setup하고 신규 시장을 개척해서 매출까지 일으킨 성과를 냈고 보상에 대한 기대감을 강하게 갖고 있었지만, 회사에서는 ‘네가 한 게 뭐 있어? 너 혼자 했어? 그 정도 는 당연한 것이라는 피드백과 함께 평범한 고과와 보상을 받고나서 계속 다녀야할지, 떠나야할지 심각하게 고민이 들었다고 했다. 비슷한 다른 사례도 있었다. 어렵게 해외 고객사 진입을 성공시킨 L은 S나 최소 A정도의 고과를 기대했지만 팀장한테 받은 고과는 B였고 H도 계속 있어야 할지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할지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 투명하며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루어지면 좋을텐데, 그 동안 경험으로 보면, 회사나 조직에 ’절대 성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성과를 낸 사람은 평범한 고과를 받고 그 성과를 위에 보고한 사람이 임원으로 승진하며 그 성과를 가로챈 경우도 봤으며, 비슷하게 실제 성과는 현업부서에서 만들었지만 단지 이를 취합해서 보고한 사람이 임원으로 승진한 경우도 있었고, 탁월한 성과가 있었지만 진급을 앞둔 선배나 팀장에게 강제 기부된 사례도 있었고, 반대로 실무에서 보기에 그저그런 성과를 부풀리거나 화려한 보고로 높은 고과를 받은 경우도, 불성실했고 별로 한 일이 없는데 왜 고과가 낮냐고 불만을 토로한 경우 등 다양한 사례를 봤다. P에 의하면 회사는 성과보다는 연공서열 위주로 인사고과를 주었고, L에 의하면 팀장과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한다.

예전에 진급을 앞둔 선배를 위해 후배들이, 혹은 전년도 높은 고과를 받은 사람이 차년도 진급자를 위해 고과를 희생해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그날은 쏘주 마시는 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옛날과 같은’우리가 남이가‘의 시대는 한국에서는 거의 막을 내린 느낌이다. 시대적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위에 나온 P나 L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고과(평가)에 대한 이의제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의제기를 통해 자신의 성과와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회사의 조직문화는 이러한 이의제기를 팀장이나 인사팀, 인사권자, 회사에 대한 반항으로 여기는 경향이 큰 것 같다. 얘기해봤자 안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지극히 개인적 생각임을 전제로,
전세대출금, 아이 유치원비, 학원비, 부모님 병원비등 생각하면 머리 아프지만, 나의 성과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지속될 것 같으면 얼른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PS : 인사가 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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