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대피 요령- 동일본 대지진 경험자가 알려주는 평소 준비해야 할 것 6

모로코 지진 소식이 라이브로 방송됩니다. 6.8강진에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갈 거라고 합니다. 모로코 지진 소식을 보며 인간의 문명이라는 것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지 실감합니다. 만약 이런 지진이 한국에 온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진 대피 요령을 알고 있을지 질문해봤습니다. 한국은 워낙 지진이 청정지역이어서 아마도 잘 모르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닥쳐 보지 않았으니까요.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경 사무실에서 동일본 대지진을  직접 겪은 저는 이번 모로코 지진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어느 정도 건물이 흔들렸을지 눈에 선합니다. 그때의 순간이 생생합니다.
지진은 예고하고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진은 불안합니다. 일본에 5년간 살았지만 단 한번도 지진은 예고하고 오지 않았습니다.
모로코 지진 소식을 접하며 이러한 지진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으며 만약 지진이 온다면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지진 대피 요령을 알려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진에 대한 지식

지진을 얘기할 때 지진 규모가 몇 이고, 진도 몇 이라는 뉴스가 많습니다만 “지진 규모“와 “진도” 의미가 다릅니다.
지진 규모(M)는 그 지진으로 얼마의 에너지가 발생했는지 의미하며 리히터 규모라고도 부르고요, 진도(I)는 특정 지점에서 느끼는 지진의 강도로 지진에 의한 흔들림의 정도를 수치화 한 것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진앙지에서 가까우면 진도는 높아지고, 멀어지면 진도는 낮아집니다.
지진 규모(M)와 진도(I)의 차이

그러면 이번 모로코 지진 강도 6.8이 어느 정도냐, 일본 기상청 분류 기준으로는 서 있을 수 없고 엎드린 상태로 겨우 유지할 수 있으며 건물의 30%이상이 파괴되며 교량과 도로의 피해가 심각한 상태를 의미 합니다.
평소 내진 설계가 철저한 일본의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일본 지진은 보통 진앙지가 바다 속이고 이 지진이 육지로 타고 들어 오는 것이기 때문에 대형 지진이 오면 해일(쓰나미)에 의한 바닷가 피해가 크며 도시 피해는 적은 편이죠. 이번 터키 지진 진앙지는 도시 바로 밑이라고 하니 그 지진 피해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 합니다.

모로코 지진
모로코 강진 발생 위치

모로코 지진

 

일본 지진 규모 7.3, 진도 6강은 어느 정도인가

지진 경험

2011년 3월 당시 제가 있던 곳은 15층 대형 사무실 건물에 14층 창가였습니다. 점심 식사 후 자리에 앉아서 일 하는데 오후 2시반경 갑자기 건물이 약하게 흔들렸습니다. 진도 3~4 지진은 일본에서 일 년에 약 천 번 정도는 겪는 것이라 ‘아. 지진이구나’하고 생각하고 평소대로 업무를 봤습니다. 그런데 약 몇 분 후 쿠쿵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사무실 위치가 창가여서 길 건너 대형 건물들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는데 옆 건물들이 활처럼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렇게 조금만 더 흔들리면 건물이 부러져 버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은 지진에 대한 교육이 평소 되어 있어 바로 책상 밑으로 몸을 넣었고 벽에 걸어 놨던 액자며, 상패, 칸 막이 등이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무실 비품 넘어지는 소리, 건물이 끼이익하며 흔들리는 소리, 그야말로 사무실은 패닉 상태였습니다. 순간 이렇게 사람이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은 밖으로 피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쪽에 비상구가 보였는데도 이상하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모로코 지진

 

지진 대피 요령

일본은 지진이 잦은 나라여서 지진 대피에 대한 교육과 실제 훈련이 매우 잘 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본 대지진 당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공식 집계 기준 약 16,000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 입니다.

한국은 과연 지진에서 안전할까요? 한국도 2016년 포항을 시작으로 경북 울진 등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진도 2~3약정도의 지진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불안합니다. 모든 건물에 철저한 내진 설계, 지진 보강 공사, 신칸센, 전철, 지하철 등 모든 시설에 내진이 잘 되어 있는 일본에서 그 정도 피해가 있었는데 만약 한국에 진도 6강 정도가 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 제 생각엔 대부분의 도시의 빌딩과  그 많은 아파트 들은 못 버틸 것 같습니다.

지진이 안 오면 좋겠지만, 만에 하나 온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일본에서 대형 지진을 겪어본 경험으로 말씀 드리면,

1. 가족 비상 연락망, 가족 카톡 등을 평소 만들어 놔야 한다.

재난 영화에도 나오지만 지진은 예고하고 오지 않죠. 가족들은 직장이나 학교에 가 있을 거구요, 따라서 가족 간 연락이 안될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전화가 약 6시간 정도 불통이 되었습니다. 지진이 오면 즉시 자신의 안전 여부를 가족 톡방에 알려야 합니다.

2. 가족 간에 비상시 만날 장소를 미리 정해 놓아야 한다.

위에 카톡이나 문자 메세지를 보내려 해도 지진이 오면 도시 기능이 마비되어서 그 마저 안될 수가 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그랬습니다. 약 6시간 정도 문자, 전화, 인터넷이 마비 되었습니다. 가족 간에 연락이 안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이런 일이 있으면 우리 가족은 어디서 만나자고 평소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3. 대피할 때는 머리를 보호하라.

지진으로 인한 사망 원인 중 제일 큰 것이 머리 부상이라고 합니다. 사무실에 있으면 책상 밑으로 들어가거나 두꺼운 책으로 머리를 보호해야 하고요, 건물 밖에 있을 때는 건물 유리창 파편이 떨어질 수 있으니 가방이나 손으로 머리를 가리고 피신해야 합니다.

4. 엘리베이터는 타지 마라.

영화에도 많이 나오듯, 만약 탔다면 모든 층의 버튼을 눌러 일단 내려서 계단으로 피신해야 합니다.

5. 극장, 경기장 등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있을 때는 일단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가방 등으로 자기 몸을 보호하고,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대피한다.

6. 비상시를 대비하여 라면, 휴지, 물, 건전지/배터리, 등 지진 대비 용품을 준비해 놓는 것도 추천합니다.
대형 지진이 오면 도시 기능이 몇 일간은 마비될 수 있습니다. 안 오면 그만이니까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준비해두세요.

 

지진은 예고하고 오지 않습니다.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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