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2: 진실로 용기있는 자는 가볍게 죽지 않는다.

진실로 용기있는 자는 가볍게 죽지 않는다.에 깊은 깨달음을 얻었던 기억이 있다. 

30대 중반,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한 때가 있었다.
회사가 나를 알아주지 않으며, 내가 회사에서 보내는 하루 하루가 내 인생의 낭비인 것 같았다. 다들 앞서가는데 나만 그 자리에 정체되는 느낌이었다. 술자리에서는 회사의 부조리함을 술 안주 삼았고, 회사에서는 빈둥거렸다. 갑자기 MBA를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당시 해외 MBA를 받고 몸값을 높여 이직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발단은 인사고과와 교육기회였다.
나는 탁월한 성과를 냈다고 생각했지만 인사고과는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회사에서 보내주는 해외 MBA는 다른 사람이 선발되어 갔다. 하필 해외 MBA기회를 받은 사람은 현업의 실적을 취합해서 위에 보고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기에, 현장에서 뺑이 친 곰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나를 더욱 열받게 만들었다. 30대 중반, 나는 분노와 서운함의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수개월을 방황했다. 직장 생활하면서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많을 줄로 안다.(혹은 앞으로 그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본인과 조직간에 성과와 보상에 대한 인식차가 필연적으로 존재하고 또 우리가 짐작하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손(?)도 있기 때문이다. 화끈하게 퇴사하면 되지 머.

내 정신이 갈피를 못 잡고 거친 황야에서 이리저리 펄럭이고 있을 때 나에게 큰 울림을 준 것이 있으니 바로 사마천의 <사기2. 진실로 용기 있는 자는 가볍게 죽지 않는다.>이다.

오늘 소개 드릴 것은 <사기> 중 [협객]편에 나오는 ‘계포’ 이야기이다.

계포는 초나라 사람으로 의리있고 사나이다운 기개로 항우에 의해 장군으로 임명되었지만, 한나라 유방이 정권을 잡게 되자 도망자 신세가 된다. 노예로 변장하고 이웃나라로 팔려가 밭농사를 하는 등 밑바닥 생활을 한다. 주변의 도움으로 계포가 충성스런 신하였다는 점이 한나라 고조에게까지 인정되어 계포는 한나라의 장군으로 등용, 그 용기와 충직함으로 벼슬도 높아지고 명장으로 활약한다.
계포에 대해 사마천은 말했다.일찍부터 명성과 용맹이 대단했던 계포지만 일단 쫓기는 몸이 되자 노예로 변장하면서까지 목숨을 이어갔다. 그러한 결단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계포는 자기의 능력을 믿고 굴욕을 능히 감수했던 것이다. 또한 자기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죽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이러한 굴욕을 참고 견딘 끝에 한나라의 명장으로 이름을 떨쳤다.진실로 용기 있는 자는 가벼운 죽음을 하지 않는다. 흔히 단순한 감정에 자살해 버리는 것은 결코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다. 살기 위한 희망이 무너지고 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 죽는 것이다.

<사기2> 협객-계포편, 서해문집 출판, 280p


진실로 용기 있는 자는 가벼운 죽음을 하지 않는다라는 대목이 내 마음을 죽비로 후려치는 듯 했다. 나의 퇴사 생각은 가벼운 죽음 이었고,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아닌 쉽고 편한 길로 도망치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의 퇴사 유혹이 있었다. 굴욕을 참기 어려운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또 편한 길을 찾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럴 마음이면 더 열심히 해보자고 내 마음을 다 잡았다.

회사 생활 하다보면 수도 없이 퇴사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퇴사 안 하는 것이 정답도 아니다. 정 못 견디겠으면, 영 아니면, 더 좋은 조건과 비젼이 보인다면 과감하게 퇴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하루빨리.

나의 퇴사 생각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에 확신이 들 때까지 사직서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두자.
칼은 칼집에 있을때가 무섭다.

사마천 사기3 : 참으로 곧은 길은 굽어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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